며칠 전 교수님과 연구 미팅을 하면서, 스스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남들이 보기에 내가 잘할 것 같은 것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사실을 았았다.
한 15년전 쯤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하기전 인생의 멘토라고 할 수 있는 분이 나에게 공부 보다는 사업을 해보라고 한적이 있다. (얼마전에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다 그런 이야기를 하신듯 하다만...)
예전 보스가 "약점을 고치려하지 말고 오히려 강점을 더 계발하라"는 조언을 따르고자 노력을 많이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결국 나는 내가 더 잘 알 수 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꼭 필요하다.
얼마 전 어느 회사 강연을 갔는데, 소개를 하다가 치의학과에 다닌다고 하니까 다들 수군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의치전으로 전향한 IT인 처럼 생각했을 것인데, 전공이 의료 정보학이라고 이야기해 주고서야 의문이 풀리는 눈치였다. 그만큼 남들이 일부만의 정보로 나를 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리라.
그래서 자서전은 아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원했던 게 뭐였는지 한번 써볼까 싶었다.
백과 사전을 좋아했던 소년
내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사회과 부도와 백과 사전이었다. 얼마나 지도에 흥미를 가졌냐 하면 각국 수도를 외우는 것을 비롯해서 세계 지도와 국가 경계, 미국 각 주 경계도, 한국 각 시군 경계 같은 것은 지금도 그릴 수 있다.
특히, 큰 책장을 하나 사면 번들로 딸려왔던 4권짜리 백과 사전은 정말 멋진 지식 창고였다. 웬만한 항목을 하나 읽어서 모르는 단어는 또 찾고 거기서 모르는 것은 또 찾고 마치 현재의 웹 처럼 참조(Reference)를 따라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린 시절의 낙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지질학, 분자 생물학, 현대 물리학, 우주론까지 거의 대부분의 지식을 백과 사전과 교양 과학 서적으로 지적 호기심을 해결했었다.
일찌감치 대학 전공을 결정해 둔 관계로 널널한 고3 시절을 보냈지만 입학을 하고 나서 나의 선택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부 2학년때 부터 랩에 있으면 근 6년간 공부했지만, 연구를 하는 방법론은 꽤 스마트 하지도 않았고 연구자들의 문화도 그렇게 흥미를 끌지 못했다.
컴퓨터와 웹에 빠지다
그러던 와중에 학부 3학년때 인터넷과 웹에 접하게 되었다. 국내 웹 초창기의 기술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해외로 부터 전공 관련 정보도 찾고 컴퓨터와 전공을 결합하는 분야를 찾아내서 아무런 외부 도움도 없이 해외 학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회사와 학업을 병행하던 90년대 중반이 본격적으로 '정보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우리 회사는 음악 정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서 음반 및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음악 DB가 가장 복잡한 정보 시스템 중에 하나일 거다.
석사 학위를 위해서는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서 내 전공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도 했고, 이를 위해 한동대 GIS연구소에서 장비나 조언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졸업하고 회사에 본격적으로 들어와서는 (음반) 전자 상거래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여러 회사에 구축하는 SI일도 했고, 전자 지불 시스템에도 손을 댔다. 음악 방송 미디어 콘텐츠 DB 구축에도 꽤 신경을 썼다. 지금은 사라진 서비스이지만 음악 방송에서 나오는 곡 정보를 음악 DB와 연계해서 서비스까지 했을 정도...
내 전공은 '정보 시스템'?
Daum에 오면서 지불쪽에 잠시 몸담았다가 기술 전략쪽의 일을 하면서 늘 한켠에는 서비스 그리고 정보 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다행히 2004년 부터 Daum 오픈 API를 기반한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닿아 박사 과정에서 의료 도메인의 지식 구조, 병원 정보 시스템, 용어와 표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15년 정도의 IT 경험에서 정말 수 많은 정보 시스템을 다뤄 본것 같다. 또한 레거시 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게 된 것도 참 다행이랄까.
그러다 보니 내 전공은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릴때 부터 지식과 정보를 재조합하는 일이 나의 주요 관심사였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찾는 것을 더 깊이 공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CNN이 선정한 2010년 유망 직종에 1위가 소프트웨어 아키텍터이고, 'Informati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직업이 40위권에 7개나 포진해 있었다. 'Healthcare'라는 단어도 엄청 많아 보인다.
이제 몇 년후면 40줄에 들어선다. 나의 인생 2장이 펼쳐지게 되는 시점인데,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낯간지러운 글은 이정도로 마무리하자.
한 15년전 쯤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하기전 인생의 멘토라고 할 수 있는 분이 나에게 공부 보다는 사업을 해보라고 한적이 있다. (얼마전에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 다 그런 이야기를 하신듯 하다만...)
예전 보스가 "약점을 고치려하지 말고 오히려 강점을 더 계발하라"는 조언을 따르고자 노력을 많이 하지만, 스스로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결국 나는 내가 더 잘 알 수 밖에 없고, 그런 점에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꼭 필요하다.
얼마 전 어느 회사 강연을 갔는데, 소개를 하다가 치의학과에 다닌다고 하니까 다들 수군거렸다. 아니나 다를까 의치전으로 전향한 IT인 처럼 생각했을 것인데, 전공이 의료 정보학이라고 이야기해 주고서야 의문이 풀리는 눈치였다. 그만큼 남들이 일부만의 정보로 나를 아는 건 쉬운 일이 아니리라.
그래서 자서전은 아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고 원했던 게 뭐였는지 한번 써볼까 싶었다.
백과 사전을 좋아했던 소년
내가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사회과 부도와 백과 사전이었다. 얼마나 지도에 흥미를 가졌냐 하면 각국 수도를 외우는 것을 비롯해서 세계 지도와 국가 경계, 미국 각 주 경계도, 한국 각 시군 경계 같은 것은 지금도 그릴 수 있다.
특히, 큰 책장을 하나 사면 번들로 딸려왔던 4권짜리 백과 사전은 정말 멋진 지식 창고였다. 웬만한 항목을 하나 읽어서 모르는 단어는 또 찾고 거기서 모르는 것은 또 찾고 마치 현재의 웹 처럼 참조(Reference)를 따라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린 시절의 낙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창조과학자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지질학, 분자 생물학, 현대 물리학, 우주론까지 거의 대부분의 지식을 백과 사전과 교양 과학 서적으로 지적 호기심을 해결했었다.
일찌감치 대학 전공을 결정해 둔 관계로 널널한 고3 시절을 보냈지만 입학을 하고 나서 나의 선택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학부 2학년때 부터 랩에 있으면 근 6년간 공부했지만, 연구를 하는 방법론은 꽤 스마트 하지도 않았고 연구자들의 문화도 그렇게 흥미를 끌지 못했다.
컴퓨터와 웹에 빠지다
그러던 와중에 학부 3학년때 인터넷과 웹에 접하게 되었다. 국내 웹 초창기의 기술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해외로 부터 전공 관련 정보도 찾고 컴퓨터와 전공을 결합하는 분야를 찾아내서 아무런 외부 도움도 없이 해외 학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회사와 학업을 병행하던 90년대 중반이 본격적으로 '정보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넓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우리 회사는 음악 정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서 음반 및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음악 DB가 가장 복잡한 정보 시스템 중에 하나일 거다.
석사 학위를 위해서는 지리정보시스템을 이용해서 내 전공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도 했고, 이를 위해 한동대 GIS연구소에서 장비나 조언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졸업하고 회사에 본격적으로 들어와서는 (음반) 전자 상거래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여러 회사에 구축하는 SI일도 했고, 전자 지불 시스템에도 손을 댔다. 음악 방송 미디어 콘텐츠 DB 구축에도 꽤 신경을 썼다. 지금은 사라진 서비스이지만 음악 방송에서 나오는 곡 정보를 음악 DB와 연계해서 서비스까지 했을 정도...
내 전공은 '정보 시스템'?
Daum에 오면서 지불쪽에 잠시 몸담았다가 기술 전략쪽의 일을 하면서 늘 한켠에는 서비스 그리고 정보 시스템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다행히 2004년 부터 Daum 오픈 API를 기반한 개방형 데이터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닿아 박사 과정에서 의료 도메인의 지식 구조, 병원 정보 시스템, 용어와 표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15년 정도의 IT 경험에서 정말 수 많은 정보 시스템을 다뤄 본것 같다. 또한 레거시 보다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게 된 것도 참 다행이랄까.
그러다 보니 내 전공은 도대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릴때 부터 지식과 정보를 재조합하는 일이 나의 주요 관심사였고, 많은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찾는 것을 더 깊이 공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CNN이 선정한 2010년 유망 직종에 1위가 소프트웨어 아키텍터이고, 'Informati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직업이 40위권에 7개나 포진해 있었다. 'Healthcare'라는 단어도 엄청 많아 보인다.
이제 몇 년후면 40줄에 들어선다. 나의 인생 2장이 펼쳐지게 되는 시점인데,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낯간지러운 글은 이정도로 마무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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